안드로지니
요약. 앤드로지너스(Androgyny)는 의복의 재단과 비율, 스타일링을 통해 성별의 모호함을 만드는 드레스 시스템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 산업 패션이 표준화한 성별 구분 신호들을 해체한다. 허리 라인 억제, 가슴 형태 보정, 어깨 구조, 엉덩이 강조, 단추 여밈 방향 등이 그 대상이다. 이 미학은 가독성 교란 논리로 작동한다. 옷은 보는 이의 성별 분류 장치가 어느 한쪽으로 확정되지 않게 방해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코드를 해소되지 않은 긴장 상태로 유지한다. 상대 성별의 가독성에 의존하는 크로스 드레싱과는 다르다. 앤드로지너스는 성별 가독성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남성복인가 여성복인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답할 수 없게 설계한다. 소재도 구체적이다. 몸을 조이지 않고 스치는 미디엄 웨이트 저지(180–240 g/m²)를 사용한다. 체형의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떨어지는 재생 셀룰로오스(비스코스, 리오셀) 트윌을 쓴다. 수트의 남성성이나 실크의 여성성을 지워낸 매트한 울 소재를 택한다. 신체 구조의 변수를 수용하면서 실루엣을 유지하는 폰테 니트를 활용한다. 가슴 다트나 허리-엉덩이 차이 같은 성별 지표를 피한다. 단순히 사이즈를 키우는 오버사이징과는 다르다. 패턴 설계 단계에서 해부학적 변이 폭을 넓히거나 조절 가능한 지점을 둔다. 앤드로지너스는 전간기의 가르손 실루엣, 생로랑의 르 스모킹, 80년대 일본의 해체주의 볼륨, 그리고 현대의 퀴어 정체성에 뿌리를 둔다. 이는 진정한 구조적 혁신과 상업적 카테고리 확장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다. 이분법적 체계를 실제로 헐겁게 만드는 디자인과 이름만 바꿔서 더 많이 팔려는 디자인이 공존한다.
소재의 언어
앤드로지너스의 일관성은 소재에 달려 있다. 드레이프와 회복력, 불투명도가 성별 특유의 설계 없이도 체형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핵심은 실루엣의 중립성이다. 원단은 몸의 굴곡을 따라가지 않으면서 깨끗한 라인을 유지해야 한다. 몸을 완전히 가려 형태를 없애는 것도 지양한다.
미디엄 웨이트 저지와 인터록 (180–240 g/m²)이 기본이다. 인터록 저지는 이중 편성 구조로 안정감이 있다. 가장자리가 말리지 않고 겹쳐 입어도 형태가 유지된다. 몸을 가볍게 스치는 불투명한 질감이 상체의 모호한 프로필을 만든다. 이중직 구조는 몸에 달라붙어 성별을 드러내는 현상을 막는다.
재생 셀룰로오스 트윌은 바지와 셔츠에 쓰인다. 비스코스, 리오셀, 큐프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섬유들은 중력에 따라 부드럽게 떨어진다. 몸의 윤곽을 일일이 추적하지 않는다. 비스코스 트윌 팬츠는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비율을 중립화한다. 리오셀은 세탁 후에도 형태 변화가 적어 선호된다. 큐프라는 실크와 유사한 드레이프를 지녔지만 매트한 표면 덕분에 여성적 연상을 지워낸다.
매트한 울 소재는 테일러링과 아우터에 쓰인다. 울 크레이프는 고연사를 사용하여 결이 느껴지고 유연하게 떨어진다. 비즈니스 남성복 특유의 매끄러운 광택을 피한다. 울 저지는 니트 특유의 신축성과 울의 드레이프를 동시에 제공한다. 매트한 표면은 성별이 부여된 시각적 코드를 중화한다.
폰테와 안정적인 니트는 블레이저와 하의에 쓰인다. 폰테 디 로마는 이중직 인터록 구조다. 신축성이 있으면서도 구조적인 실루엣을 유지한다. 구김이 적고 비치지 않는다. 우븐 수트의 깨끗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니트의 유연함으로 체형 차이를 극복한다.
이 소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옷은 체형에 관계없이 일관된 실루엣을 유지한다. 성별에 따른 다트나 솔기 없이도 자연스럽게 드레이프된다. 소재가 너무 얇아 몸이 비치거나 너무 뻣뻣해 형태가 망가지면 앤드로지너스 실루엣은 실패한다. 단순한 오버사이징 마케팅으로 전락하기 쉽다.
카테고리의 층위
앤드로지너스는 디자인 혁신과 상업적 확장 사이의 경계에 있다. 혁신의 측면에서 이는 기술적인 도전이다. 성별 특정적 가공 없이 넓은 해부학적 범위를 수용하는 패턴을 설계해야 한다. 가슴, 허리, 엉덩이 비율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사이즈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반면 상업적 측면에서 젠더 뉴트럴은 종종 기존 남성복 패턴을 미니멀한 색상과 큰 사이즈로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디자인 혁신 없는 시장 확장이다.
이 차이는 정치 경제적이다. 이분법적 사이즈 체계를 허무느냐 아니면 같은 구조를 더 많은 사람에게 파느냐의 문제다. 투굿(Toogood)이나 라드 후라니(Rad Hourani)처럼 독자적인 사이즈 시스템을 개발하는 브랜드는 혁신 쪽에 가깝다. 대중 시장의 유니섹스 라인은 남성복 패턴을 그대로 사용하곤 한다. 이는 봉제선 수준에서 드러난다. 공학적 모호함은 다양한 체형에 잘 맞도록 설계되지만 마케팅적 모호함은 누구에게나 헐렁하게 맞을 뿐이다.
앤드로지너스는 인접 카테고리와 겹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미니멀리즘과 형식을 공유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미니멀리즘은 미학적 경제성을 추구하고 앤드로지너스는 성별 신호를 중립화한다. 해체주의와 의복 관습에 질문을 던지는 점은 같으나 방법론이 다르다. 해체주의는 구조를 노출하여 비판하고 앤드로지너스는 구조를 재작성하여 모호함을 만든다. 퀴어 패션과도 교집합이 있으나 앤드로지너스 옷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입는다.
방법론
이 가이드는 앤드로지너스를 사회적 맥락 안에서의 구조와 가독성 문제로 다룬다. 옷은 네 가지 기준으로 평가된다. 첫째는 패턴 논리다. 성별 지표를 피하면서도 훌륭한 핏을 구현하는지 본다. 둘째는 소재의 거동이다. 원단이 불투명도와 드레이프를 통해 모호함을 지지하는지 확인한다. 셋째는 사이즈 아키텍처다. 사이즈 시스템이 특정 성별의 패턴에 기본값을 두지 않는지 살핀다. 넷째는 맥락 감수성이다. 실루엣이 다양한 신체와 환경에서 어떻게 읽히는지 분석한다.
어원과 의미
그리스어 안드로(andr-, 남성)와 기네(gynē, 여성)의 합성어다. 이 단어는 초월하고자 하는 이분법 자체를 내포한다. 모호함은 언제나 규범을 배경으로 읽힌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안드로기노스는 원래 하나였던 존재로 묘사된다. 신화 속에서 이는 중간적 타협이 아닌 근원적인 온전함을 의미한다. 현대 패션 담론에서도 앤드로지너스는 성별 사이가 아닌 성별 너머를 지향한다.
패션 용어로서 여러 개념과 구분된다. 유니섹스는 196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상업적 보편성을 의미하며 주로 남성복 패턴의 기본 의류를 뜻한다. 젠더 뉴트럴과 젠더리스는 2010년대 이후 확산되었다. 유통과 마케팅에서 성별 코드를 배제하는 데 집중한다. 젠더 플루이드는 시간에 따른 스타일의 이동을 뜻하는 착장 방식이다. 반면 앤드로지너스는 미학적 의도가 강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결합하여 해소되지 않는 긴장을 유지한다. 성별 신호의 부재가 아니라 정교하게 계산된 공존이다.
일본의 **젠더리스(ジェンダーレス)**는 2010년대 중반 하라주쿠 스타일에서 시작되었다. 성별 표식을 중립화하거나 혼합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서구의 앤드로지너스가 페미니즘과 퀴어 정치학에 뿌리를 둔다면 일본의 젠더리스는 귀여움(kawaii)의 미학과 사회적 순응에 대한 저항에 가깝다.
하위문화
앤드로지너스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러 커뮤니티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진다.
퀴어와 트랜스 커뮤니티. 많은 논바이너리 사람들에게 앤드로지너스는 미학적 선택을 넘어선 자기 결정과 안전의 도구다. 레이어링 전략과 비율 조절, 바인더 같은 보정 의류는 현대 복식사에서 가장 정교한 지식 중 하나다. 트랜스마스큘린 커뮤니티의 압박 의류는 흉부 조직을 평평하게 만들면서 호흡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지식은 소셜 미디어와 상호 부조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된다.
퍼포먼스와 음악 신 (1970년대~현재). 글램 록과 뉴 로맨틱 문화는 성별 모호함을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 스타일은 록 공연의 핵심 요소였다. 간사이 야마모토가 디자인한 기모노 스타일 바디수트와 플랫폼 부츠가 대표적이다. 애니 레녹스, 그레이스 존스, 프린스는 각자 독특한 앤드로지너스 문법을 개발했다. 여기서 앤드로지너스는 편집 가능한 표면이자 감각적인 충격을 위한 도구로 작동했다.
일본 아방가르드 (1980년대~현재). 1981년 꼼데가르송과 요지 야마모토의 파리 데뷔는 현대 앤드로지너스 디자인의 핵심 논리를 제시했다. 인체를 지도로 보지 않고 옷을 하나의 볼륨으로 다뤘다. 레이 가와쿠보는 여성복의 신체 강조 규칙을 거부하고 건축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다. 야마모토의 오버사이즈 테일러링은 어깨에서부터 떨어지며 성별을 지워냈다.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기술은 어떤 체형에도 대응하며 일관된 실루엣을 유지하는 가장 기술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디지털 시대 (2010년대~현재). 소셜 미디어는 앤드로지너스 스타일을 대중화했다. 틱톡의 스타일링 튜토리얼과 인스타그램의 착장 기록은 지리적 경계를 허물었다. 이는 동시에 앤드로지너스를 국지적인 위험(혐오 범죄나 차별)으로부터 분리하여 미학적 선택으로만 소비하게 만들기도 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소셜 미디어의 트렌드를 포착해 빠르게 젠더리스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다.
역사적 흐름
앤드로지너스 복식은 기존 규범이 무너질 때 활성화된다.
전간기의 변화 (1920년대-1930년대). 가르손 실루엣은 가슴을 평평하게 하고 허리선을 엉덩이까지 낮췄다. 소년 같은 비율을 차용하여 여성복에 남성적 기하학을 도입했다. 코코 샤넬은 남성 속옷 소재였던 저지를 여성복에 사용하고 바지 실루엣을 대중화했다. 마를렌 디트리히는 남성용 턱시도와 실크 햇을 착용하여 수트를 강력한 앤드로지너스 상징으로 굳혔다.
중반의 권위 전이 (1960년대-1970년대). 이브 생로랑의 르 스모킹(1966)은 기념비적이다. 단순한 변장이 아니라 정교한 테일러링을 통해 남성의 권위를 여성의 워드롭으로 가져왔다. 앙드레 쿠레쥬의 우주 시대 디자인과 루디 건릭의 유니섹스 프로젝트는 성별 구분을 완전히 없애려 시도했다. 60년대와 70년대의 카운터 컬처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통해 의도치 않은 유니섹스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해체주의와 볼륨 (1980년대-1990년대). 꼼데가르송과 요지 야마모토는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옷이 건축물이라면 어떠해야 하는지 물었다. 가와쿠보의 비대칭적이고 단색적인 옷들은 서구 패션의 성별 시스템을 위협했다. 90년대 헬무트 랭은 성별 구분이 없는 절제된 컬렉션을 선보였다. 앤트워프 식스(Antwerp Six)는 해체주의를 통해 의복의 관습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셀러브리티와 리테일의 흡수 (2000년대-2020년대). 틸다 스윈튼, 자넬 모네, 해리 스타일스 같은 인물들이 앤드로지너스 스타일을 일상화했다. 동시에 대중 리테일 시장은 이를 미니멀한 기본템과 오버사이징으로 번역해 흡수했다. COS, 르메르, 스튜디오 니콜슨 같은 브랜드는 비성별 구조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을 보여주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논바이너리 정체성의 가시화는 이 미학적 담론에 정치적 시급성을 더했다.
실루엣의 원리
앤드로지너스 실루엣은 성별 지표의 중립화가 목표다. 남성과 여성 비율의 중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표 자체를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어깨 라인. 패드를 넣은 넓은 어깨나 좁은 어깨 대신 자연스러운 드롭 숄더를 택한다. 실제 어깨선보다 1~3cm 정도 떨어뜨리면 각진 느낌이 부드러워진다. 너무 많이 떨어지면 스트릿웨어의 오버사이징 느낌이 강해지므로 정교한 조절이 필요하다.
상체. 허리 강조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직선형, A라인, 코쿤 볼륨은 허리 라인 질문을 차단한다. 옆선이 겨드랑이에서 밑단까지 곡선 없이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다트를 없애는 것과 다르다. 숙련된 구조 설계는 여유 분량이나 패널 솔기를 통해 체형을 수용하면서도 굴곡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체. 너무 낮거나 높지 않은 적당한 밑위 길이를 유지한다. 와이드 레그 팬츠는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비율을 가려주어 효과적이다. 중량감 있는 원단의 스트레이트 컷은 더 절제된 중립화를 가능하게 한다.
체계로서의 비율. 오버사이징이 곧 모호함은 아니다.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옷과 누구에게나 모호하게 맞는 옷은 다르다. 적절한 여유 분량과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가 결합되어야 한다. 우연히 큰 옷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된 옷으로 읽혀야 한다.
주요 소재
테일러링을 위한 우븐. 울 크레이프는 매트한 표면과 유연한 드레이프를 제공한다. 매끄러운 수트 원단의 남성성을 피하면서 깨끗한 라인을 유지한다. 트로피컬 울은 통기성이 좋아 여름용 테일러링에 적합하다. 가바딘은 크레이프보다 구조적이지만 여전히 매트하고 깔끔한 실루엣을 만든다.
유연한 재생 셀룰로오스. 비스코스, 리오셀, 큐프라는 흐르는 듯한 셔츠와 바지에 쓰인다. 리오셀은 형태 안정성이 좋아 세탁 후에도 실루엣이 유지된다. 큐프라는 실크와 비슷한 부드러움을 주면서도 여성적인 코드가 적어 안감이나 가벼운 레이어링 아이템으로 활용된다.
니트 소재. 인터록 저지는 비치지 않고 매끄러워 베이스 레이어로 적합하다. 폰테 디 로마는 이중직 구조로 수트 같은 실루엣을 만들면서도 소재 자체의 신축성으로 다양한 체형을 포용한다.
데님. 11~13온스의 미디엄 웨이트 데님이 쓰인다. 1~2%의 엘라스테인이 혼방되어 편안함을 준다. 워싱은 균일하고 깔끔해야 한다. 과도한 디스트레스드 처리는 체형을 도드라지게 할 수 있어 피한다.
가죽. 유틸리티적인 성격이 강하다. 매끄럽거나 매트한 소가죽, 스웨이드가 쓰인다. 허리를 조이는 라이더 재킷이나 광택이 심한 가죽은 피한다. 천연 색상의 베지터블 가죽이나 매트한 크롬 가죽이 중립적인 선택이다.
컬러 팔레트
색상 선택은 성별 코드를 피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무채색 중심. 블랙, 화이트, 그레이가 핵심이다. 이 색상들은 서구 패션에서 가장 성별 중립적이다. 어떤 워드롭에서도 보편적인 기본값이 되어준다.
저채도 뉴트럴. 베이지, 토프, 크림, 카멜, 네이비 등이 확장된 팔레트를 형성한다. 채도가 낮아 특정 성별을 연상시키는 신호를 차단한다. 핑크나 코발트 블루 같은 고채도 색상은 피한다.
남성복 팔레트의 차용. 네이비, 올리브, 카키, 버건디 같은 전통적 남성복 색상을 의도적으로 쓰기도 한다. 이는 중립화가 아니라 남성적 코드를 다른 신체와 병치하여 긴장을 만드는 전략이다.
단색과 톤온톤. 한 가지 색상 가족으로 옷을 구성하면 시선이 색상 대비 대신 실루엣과 비율에 집중된다. 매트한 울과 매끄러운 저지처럼 질감 차이를 주어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패턴의 억제. 솔리드 원단이 지배적이다. 패턴을 쓴다면 스트라이프나 체크 같은 기하학적 형태를 택한다. 꽃무늬 같은 구상적 패턴은 성별 코드가 강해 피하는 편이다.
디테일의 원칙
앤드로지너스의 디테일은 장식이 아니라 성별 마커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여밈. 단추가 보이지 않는 플라켓이나 중앙 지퍼를 사용한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단추 방향 관습을 피하기 위해서다. 단추가 보인다면 작고 평평한 매트 단추를 써서 시선을 분산시킨다.
주머니. 기능적인 크기와 위치를 고수한다. 여성복의 비실용적인 주머니 관습을 거부하고 남성복의 유틸리티를 가져온다.
솔기 설계. 가슴 곡선을 강조하는 프린세스 심을 피한다. 대신 패널 솔기나 드레이프를 통해 볼륨을 분산한다. 어깨나 엉덩이의 요크(Yoke)는 체형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구조적 형태를 잡는 데 쓰인다.
표면 제어. 장식을 최소화한다. 스티치는 튀지 않게 원단과 같은 색 실을 쓴다. 마르지엘라나 가와쿠보의 경우 올을 풀거나 솔기를 노출하여 전통적인 봉제 관습을 파괴하기도 한다.
액세서리 전략
액세서리 역시 가독성 교란 논리를 따른다.
신발. 첼시 부츠, 더비 슈즈, 미니멀 스니커즈, 로퍼 등이 중심이다. 특히 첼시 부츠는 굽이 없고 매끈한 실루엣 덕분에 성별 연상이 가장 적다. 닥터마틴 같은 신발은 하위문화적 맥락이 성별 코드를 압도한다. 킬힐이나 투박한 작업용 부츠는 극단적인 대비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
가방. 가죽이나 캔버스 소재의 크로스바디 백, 토트백, 백팩을 택한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기하학적 형태와 실용적인 크기를 중시한다. 서류 가방이나 유틸리티 가방의 요소를 차용한다.
주얼리. 실버나 매트 골드 소재의 얇은 체인, 작은 링 귀걸이 등을 쓴다. 주얼리를 아예 하지 않는 것도 강력한 신호다. 꽃이나 하트 같은 구상적인 형태보다는 추상적인 형태를 선호한다. 로브나 헬릭스 등 전형적이지 않은 위치의 피어싱은 신체 변형을 통한 앤드로지너스 신호로 작동한다.
안경. 아세테이트나 금속 소재의 직사각형, 원형 테를 쓴다. 캣아이(여성적)나 보잉(남성적) 스타일은 피한다. 무채색의 오버사이즈 테는 얼굴 비율을 수정하면서 성별 암시를 지운다.
신체 논리
앤드로지너스는 관계적이다. 옷은 신체, 그루밍, 목소리, 움직임과 상호작용한다. 똑같은 옷이라도 입는 사람의 신체 신호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드롭 숄더 재킷은 짧은 머리와 긴 머리에서 각기 다른 가독성을 가진다. 패션은 다른 신호들이 전송되는 동안 의복 채널을 관리할 뿐이다.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젠더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구성된다. 하지만 앤드로지너스를 단순한 연극으로 봐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에게 이는 신체적 위화감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개입이다. 누군가에게는 미학적 즐거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 전략이다.
타이트한 베이스 레이어와 여유로운 아우터를 겹쳐 입는 공식은 효과적이다. 아우터가 해부학적 특징을 부드럽게 가려주는 동안 베이스 레이어는 최소한의 신체 지표를 제공한다. 아쿠비(Acubi) 스타일과 유사해 보이지만 목적이 다르다. 아쿠비가 비율 게임을 즐긴다면 앤드로지너스는 가독성을 관리한다.
제작과 핏의 현실
기성복 산업은 성별화된 패턴 블록을 기반으로 한다. 남성 패턴은 평평한 가슴과 넓은 어깨를, 여성 패턴은 가슴 볼륨과 좁은 어깨를 전제한다. 모든 공정이 이 이분법에 맞춰져 있다.
진정한 앤드로지너스는 새로운 블록이 필요하다. 라드 후라니는 더 넓은 측정 범위를 포용하는 맞춤형 블록을 사용했다. 투굿은 1부터 5까지의 숫자로 사이즈를 표기하며 단일 블록을 활용한다. 에크하우스 라타는 남성과 여성의 치수를 섞어 사이즈를 전개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사이즈다. 대중 시장의 젠더리스 라인이 오버사이징에 의존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저렴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공학적으로 설계된 모호함과 마케팅으로 포장된 모호함 사이의 간극이 이 미학의 진정성을 시험한다.
관리와 노후화. 비스코스나 리오셀 소재는 관리가 까다롭다. 저온 세탁이 필수이며 건조기 사용은 금물이다. 울 소재는 드라이클리닝을 권장한다. 폰테 니트는 관리가 쉽지만 마찰 부위의 보풀과 탄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앤드로지너스 옷의 실패 지점은 핏의 붕괴다. 소재가 늘어지면 정교하게 계산된 모호함은 사라지고 그저 헐렁한 옷이 된다.
핵심 테마
이분법 거부. 앤드로지너스는 중간 지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남성복인가 여성복인가라는 질문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수트라는 시험대. 수트는 가장 성별화된 옷이다. 수트의 구조를 재해석하여 모호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앤드로지너스 수트는 성별 구성 정치의 가장 집중된 현장이다.
통제된 모호함. 의도가 분명해 보이되 성별은 확정되지 않는 임계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관리 소홀로 인한 형태 없음과 구분되어야 한다. 이 정교한 조율이 스타일링의 기술이다.
문화적 이정표
마를렌 디트리히 (영화 모로코, 1930). 턱시도와 실크 햇을 쓴 그녀의 모습은 남성적 옷이 여성의 몸과 만날 때 생기는 권력의 이동을 보여주었다.
패티 스미스 (앨범 Horses 커버, 1975).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촬영한 흰 셔츠와 느슨한 넥타이 차림은 록앤롤의 반항적인 앤드로지너스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데이비드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시절, 1972-1973).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을 통해 앤드로지너스를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퍼포먼스 양식으로 만들었다.
그레이스 존스 (1980년대). 조각 같은 실루엣과 각진 비율을 통해 전형적인 여성성을 거부하고 독창적인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했다.
꼼데가르송과 요지 야마모토 (1981). 파리 데뷔를 통해 서구 패션의 인체 지도를 뒤흔들고 볼륨 중심의 구조를 도입했다.
틸다 스윈튼. 하이더 아커만, 샤넬 등을 통해 앤드로지너스 테일러링을 개인의 확고한 스타일로 유지해오고 있다.
라드 후라니 (유니섹스 오트 쿠튀르, 2013). 성별 구분이 없는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며 앤드로지너스 구조를 제도적으로 인정받게 했다.
브랜드와 디자이너
아방가르드와 해체주의:
- Comme des Garçons (1969, 도쿄/파리): 레이 가와쿠보의 '건축으로서의 신체' 철학이다. 부피와 비대칭으로 젠더 중립성을 구현한다. 신체의 굴곡을 따르는 것을 거부한다.
- Yohji Yamamoto (1972, 도쿄/파리): 흐르는 듯한 블랙 테일러링이 특징이다. 성별화된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몸을 감싼다. 오버사이즈 수트는 안드로지너스의 전형이다.
- Issey Miyake (1970, 도쿄/파리): 플리츠 기술과 기하학적 구조를 활용한다. 모든 체형을 수용한다. 'Pleats Please'는 젠더 중립적인 의복 시스템이다.
- Maison Margiela (1988, 파리): 성별화된 의복 관습을 해체하고 교란한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라벨은 정체성 분류에 대한 거부다.
- Ann Demeulemeester (1985, 앤트워프): 유연한 테일러링 속에 어두운 낭만주의를 담는다. 겹겹이 두른 실루엣으로 성별의 경계를 허문다.
젠더 인클루시브 및 비성별 브랜드:
- Telfar (2005, 뉴욕): 텔파 클레멘스는 "당신이 아닌 모두를 위해"라고 말한다. 쇼핑백은 젠더 중립적인 지위의 상징이다.
- Eckhaus Latta (2011, 뉴욕): 남녀 통합 런웨이를 선보인다. 성별에 따른 분류를 의도적으로 거부한다.
- Rad Hourani (2007, 몬트리올): 2013년에 최초로 유니섹스 오트 쿠튀르를 발표했다. 처음부터 젠더 중립적 구조를 목표로 설계한다.
- Toogood (2013, 런던): 1부터 5까지의 숫자 사이즈 체계를 사용한다. 워크웨어에서 유래한 형태는 모든 신체에 적합하다.
- Official Rebrand (2018, 뉴욕): 성별 구분이 없는 기본 아이템을 만든다. 모든 사이즈를 아우르는 그레이딩을 적용한다.
젠더 규범을 파괴하는 동시대 디자이너:
- JW Anderson (2008, 런던): 의도적으로 성별의 기호를 교차시킨다. 러플과 피어싱을 활용해 남성복과 여성복의 코드를 넘나든다.
- Harris Reed (2019, 런던): 극대주의적 안드로지니를 추구한다. 조각적인 피스로 성별화된 실루엣을 초월한다.
- Palomo Spain (2015, 코르도바): 장식적인 남성복을 제안한다.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레이스와 러플, 자수를 남성복의 영역으로 가져온다.
- Wales Bonner (2014, 런던): 세빌 로 테일러링과 카리브해 디아스포라 문화를 결합한다. 흑인 남성성과 젠더의 관계를 탐구한다.
- Peter Do (2018, 뉴욕): 건축적인 안드로지너스 테일러링을 선보인다. 정교한 컷은 신체를 규정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절제된 안드로지너스 럭셔리:
- Lemaire (2010 재론칭, 파리): 드레이프에 집중한 절제된 컬렉션이다. 성별을 강조하지 않는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The Row (2006, 뉴욕): 정교한 건축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그 정교함은 자연스럽게 안드로지너스 실루엣으로 이어진다.
- Haider Ackermann (2001, 앤트워프/파리): 고급 소재를 사용한 유연한 테일러링이 돋보인다. 성별을 규정하지 않고 몸에 안착하는 재킷과 팬츠를 만든다.
- Jil Sander (1968, 함부르크):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미학의 원형이다. 장식을 배제하고 소재와 선에 집중해 성별의 벽을 넘는다.
- Studio Nicholson (2010, 런던): 비율과 중성적인 색감이 핵심이다. 현대적인 안드로지너스 워드로브를 구축한다.
- COS (2007, 런던): 안드로지너스 원칙을 대중적인 가격에 제안한다. 건축적 미니멀리즘이 특징이다.
- Margaret Howell (1970, 런던): 영국의 테일러링과 워크웨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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